미국 국민이 아니더라도 전세계 누구에게나 911 사건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사건이 일어난 2001년 9월 11일에 나도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분위기를 더욱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사건 직후 있었던 3주간의 비밀작전이 바로 영화 ’12솔져스’의 주된 이야기이다. 실제로 수행되었던 작전이었지만 비밀 작전이었기에, 언론에서 다뤄질 수 없었다고 한다. 영웅들의 전쟁 활약이야기 임이 틀림없으니, 그저그런 애국 영화이려니 하고 보기 시작한다.
영화속 주인공인 캡틴 미치넬슨은 실제 전투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팀을 이끌면서 훈련을 하긴 했지만, 막상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한 실전 전투 경험은 없는 것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리더십은 팀원들보다 경력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는가 보다.
일반적인 전쟁영화와 다른점은 아프가니스탄의 특수한 상황이 도입되면서 현지의 부족들과 협력을 해야하는 난제가 설정되는점이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나라,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적이 될 수 있는 앞이 보이지 않는 모호함속에서 전투를 이끌어간다. 내 부하들도 지켜야하고, 이들의 마음도 사야한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서로 다른 이유로 싸운다.
이곳에서 전투를 하는 방식을 엿볼수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하늘을 점령하고 있는 미군 폭격기가 땅에 있는 부대원으로 부터 좌표 정보를 얻고나면 한 차례 폭격을 퍼붓는다. 정확한 폭격이 이루어지면 환호를 부르면서 잔당들을 처리하기위해 말을타고 기관총을 쏘면서 달려나간다. 미군의 폭격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 폭격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땅의 좌표 정보가 필수이고, 이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 위험을 무릎쓰고 적진 근처까지 다가가야 한다.
무시무시한 미군의 공중 폭격을 늘 당해야 하는 탈레반의 입장에서는 또 느낌이 어떨까? 영화는 반대편 즉 미군의 관점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그 폭격이 마치 불꽃놀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좋은 게임처럼 보이지만 폭격을 당하는 편의 입장에서 보면 지옥을 맛보는 느낌이 아닐까? 가끔 해외뉴스에서 잘못된 좌표에 폭격이 이루어져서 민간인이 엄청나게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볼 때가 있는데, 그런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겠다 싶다.
이 영화는 12명의 미군이 출전해서 전원이 생환한 전대미문의 전투. 이를 이끈 리더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넬슨은 용감함의 끝을 보여주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현실의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저런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부하들이 따르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현실에서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수 있을까?
엄청나게 화려한 스케일의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재미있다.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도스튬과의 밀고 당기는 탱탱한 긴장감도 괜찮고, 최근의 현대전이 이렇구나.. 하면서 엿보는 재미도 있다. 그저 무식한 전쟁영화가 아니다. 볼만한다. 평점 8.5